마음으로 쓰는 편지

아우님 생일 축하합니다 2021

광야의 들꽃 2021. 1. 14. 10:43

코로나 비대면 시대가 길어지면서 모두들 움츠려 든  2020년을 지나고

이제 새롭게 2021년이 우리앞에 서있네 , 아우님 그간 안녕하신가?

신기하게도 자네 생일은 음력으로 마지막 달에 들어 있으면서

윤달에 따라 어떤 해는 한 해에 2번이, 어떤 해는 없이 지나는구먼.

2019년에는 1월과 12월에 자네 생일이 와서 두 번의 편지를 썼는데 

2020년의 생일이 오늘 돌아오니 2021년에 새해 인사와 함께 

이 편지를 쓰게 되었네.

갑자기 무슨 장미 꽃다발이냐고 묻는다면 

이 꽃은 자네가 아니라 자네를 낳아주신  우리 어머니께  드리는 것이니 

감사의 인사와 함께 전달하시면 좋을 것 같구먼.

어차피 우리는 부모님을 통해 세상에 왔으니

우리의 생일날에 인사를 받아야 할 분은 어머니라는 생각에는  항상 변함이 없다네.

일단 부모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자네 생일 축하 편지를 시작하네. 

다사다난했던 2020년에 참 우울한 시간을 보냈지만 들리는 소식에

자네는 나름대로 바쁘게 지냈다 하니 정말 다행이다 생각했네.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항상 가까이 있으려 노력 하지만

그 또한 쉽지 않은 것이 세상사라 더욱 아쉽구먼.

짧은 방문 중에는 바쁜 자네의 일상이 차 한잔의 여유도 없을 때가 있어

항상 안타깝기만 했는데 이제는 비대면으로 더더욱 멀어져 버리니 

짧게나마 대면할 수 있었던 그 시절이 오히려 그립기만 하네.

생일을 축하하며 계절 과일을 보내드리네.

요즈음에는 잘 익은 오렌지와 귤, 자몽이 제철 이라네.

위의 자몽은 이스라엘 북쪽 골란 고원에서 과수원을 하는 친구네가 준비한 싱싱한 붉은 자몽 이라네.

이곳의 특산물이며  친구의 정성이 담긴 과일이니 맛보시게.

주스로 들어도 되고 반으로 잘라 숟가락으로 떠먹으면 다이어트에도 좋은 과일이니

도움이 될 거라 생각되네.

그리고 식 전에 드시는 것이 더 좋다고 하네.

우리는 후식으로 주로 과일을 먹는데 전문가들의 이야기에 의하면 그 방법은 

아주 잘못된 것이라고 하니 식사 전에 미리 드시고 식사를 하게 되면 

훨씬 몸의 건강에 좋다고 하니 기억하시기 바라네.

 

11월에 광야에 나간 적 이 있었네.

물 없는 계곡을 걷다 보니 만발한 꽃들을 보았는데 다년생 수선화과에 속하는 야생화라네.

모양새가 달걀노른자 같아 이곳에서 부르는 명칭은 헬모니트 (달걀노른자 ), 

학명으로는 sternbergia clusiana라 하는 꽃인데 주로 서식하는 곳은

터키와 이스라엘  이란 , 이라크, 레바논과 시리아 , 에게해의 섬들 이라하네.

아마도 척박한 중동지역에서 여름을 지나고 첫 비가 내리면 조용히 숨을 틔우고 

나오는 끈질긴 아름다움을 보이는 꽃처럼 보이네.

유다 산지에서 광야로 내려가는 길목에 바위틈에서 꽃을 피우는 헬모니트가

이곳저곳 , 이 바위 저 바위 틈새로  올라와 참으로 아름다운 꽃길을 만들어 놓고 있었기에 

자네에게도  보이고 싶었네.우리나라에서 같은 꽃을 찾아보려 한다면 학명은 다르지만 

아마도 넓은 의미의 상사화가 아닐까 싶네. 아우님을 그리워하는 내 마음의 표현으로 해두세.

장소는 맘에 드시는가?

얼마 전 내 생일날에 가족들과 함께 머물렀던  조용한  숙소인데

자네 가족들이 온다면 함께 가서 쉬도록 하세.

그때가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난 여전히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네.

사진에는 보이지 않으나 건너편 에는 갈릴리 호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니 

산책도 하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면서 지난 얘기들도 나누어 보면 좋겠네.

난 자네가 열정적으로 자네 일 얘기를 해 줄 때 참 많이 즐거웠었네.

작년 가을쯤 함께 단풍구경을 가고 싶었는데 그 꿈을 이룰 수가 없어서 서글프기도 하고.

모든 것이 우리들 마음대로 되지 않은 세상사지만 

그 안에서 서로 사랑하고 위로하며 희망을 가져보세.

2021년 한 해도 행복한 일상이 되길 기도하네.

코로나 비대면 시대의 일상이 많이 불편할 텐데 슬기롭게 대처하기를 바라면서

넋두리는 이만하고  여행을 떠나보세.

자네도 알다시피 이스라엘은 북쪽으로는 레바논, 북동쪽으로는 시리아,

동쪽으로는 요르단과 길게 국경을 맞대고 있는 작은 나라이네.

남북으로 자동차로  7시간 거리니 아주 작다고 할 수 있지.  

답답한 요즈음  북극 한파와 눈 소식으로 출퇴근이 힘들었을  아우님의 일상을

위로하며  초원으로  초대하네.

시리아가 보이는 곳인데 어떠신가?

텔 엘 사키(Tel el Saki)라는 장소에서 바라본 시리아 지역의 모습이라네.

해발 594미터의 이곳은 1973년  욤 키푸르 전쟁이라 부르는 제4차 중동전에서 

커다란 싸움이 있었던 장소라네.

1967년 제3차 중동 전쟁으로 골란고원 지역을 차지한 이스라엘에게는  

치명타를 안겨준 전쟁이었지만

용감하게 전쟁을 치른 이스라엘 군인들의 넋이 남아 있는 곳이라네.

상상이 가는지 모르겠지만  자네가 보고 있는 저 들판에

일만이 넘는 시리아  보병들과 900대의 탱크가 몰려오고  있었으니

이곳을 지키던 소수 병력의 젊은 군인들의  공포는 얼마니 컸을지......

지원군이 올 때까지 필사적으로 버틴 군인들 35명이 목숨을 잃은 장소이네.

일당 백으로 버티는 싸움이 아니었나 싶네.

그때의 돌아오지 않는 친구들을 위한 기념비가 남아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네.

시리아의 입장에서는 골란 고원을 되찾기 위한 전쟁이었지만 결국은 실패하고

골란고원은 이스라엘의 영토로 합병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으니

평화를 위해서는 언젠가는 돌려주어야 할 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만 자네는 어찌 생각하는가?

그래도 이곳이 시리아에 속해 있다면 오늘 이렇게 자네에게 보여줄 수가 없었을 것이고 

봄소식도 전할 수 없었겠지.

그 점에 있어서는 이스라엘 땅으로 남아 있는 것이 다행이라 생각되는구먼.국경 지대로 올라와 보니 언젠가 자네가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던 그때가 생각이 나는구먼.멀리 전방으로 자네를 면회하러 갔던  기억이 떠오르네.자네 친구들도 있었고  우리들의  어머니도 함께 였었네. 까마득한 옛 시간들이 자꾸 떠오르는 것은  이제 나도 살아온 날이  살아가야 할  날보다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하는 거라 생각되네.그러니 아우님 , 우리 좀 더 자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보세.골란고원은 해발 1000미터의 화산암 지대로 전체 넓이가 1800평방 킬로미터인 매우 기름진  땅이라네.옛 부터 소들을 방목해 기르는 목초지라 할 수 있는 곳이며 고랭지 농업이 잘 발달된 곳이기도 하네.

요즈음은 포도 농사를 많이 하고 있어 유명한 이스라엘의 포도주는 모두 골란고원에서 나오는 것이네.  

다음 여행에는 포도주 시음도 함께하면서  맛 좋은 포도주도 공수해 가도록 하시게나.

들판으로 나와보니 이렇게 야생 수선화가 지천이네.

곳곳에서 불쑥 올라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니 우리 꼬맹이가 움직이려고 하질 않는구먼.

사실 코로나 비대면 시대는 우리에게는 축복이기도 하네.

매일매일  이 꼬맹이 커가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가 있어 기쁘기 그지없다네.

지금 내가 하는 말은 자네도 곧 알게 될 때가 있을 듯하네.

자네도 멀지 않은 어느 날에 경험하게 되겠지.

그때를 위해 설명은 생략하네.

영화를 보면서 줄거리를 말해주면 직접 알아가는 재미가 없을 테니 말이네.

한국에는 눈이 많이 왔다 해서 이곳의 푸르름과 맑은 샘이 흐르는 풍경을 보여주고 싶었네.

마음에 드셨는지 모르겠구먼 아우님?

바쁜 시간 가운데서도 차 한잔의 여유와 함께 이 편지를 볼 수 있으면 참 좋겠네.

이번에는 동쪽에 위치한 요르단과의 국경 지대를 보여드리네.

건너편 산 마을이 바로 요르단이고 그사이에는 야르묵이라는 강이 흐르고 있다네.

앞쪽으로는 로마시대부터 유명한 온천장이 있다네.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문을 닫고 있지만  좋은 날이 오면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노천 유황 온천 이라네.

자네가 온천장을 좋아한다면 여기도 빠질 수 없는 여행 명소가 될듯하네.

과수원을 지나면 갈릴리 호수가 보이는 마을로 갈 수가 있네.

식당을 찾지 않더라도 준비한 것들로 나무 그늘 아래서

피크닉을 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네.

원하는 음식을 말해보시게. 요리와는 거리가 멀지만 샌드위치라면 자신이 있네.

아우님!!! 삶에는 여러 갈래의 길이 있다고 생각하네. 

잘 정돈된 탄탄대로인 곧은길이 있는가 하면 

아주 험하고 굴곡이 많으며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길도 있겠지.

그러나 그 어떤 순간에 어떤 길을 선택하던   끝은 좋을 거라는 믿음이  나에겐 있네.

자네는 자네의 길이 , 나는 나의 길이 , 각각의 삶의 무게는 다르겠지만 

결국에 만나는 곳은 푸른 지중해의 아름다움이라네.

갈릴리 호숫길의 탄탄대로나  광야의 험난한  구부러진  길이나 

그 길의 끝은 언제나 지중해를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게 되었네.

오래된 도시 야포 (야파 , 욥바)에서 내려다본 지중해와 텔 아비브 해변이네.

어서 오시게나 , 기다리고 있겠네. 

자네 생일 선물로 초대장을 보내네. 유효기간 은 없고  언제든 자네가 원하는 시간에 가능하네.

그때가 언제가 될지 모르겠으나 오래 걸리지 않았으면 좋겠네.

오늘 하루 행복한 날 되시고 또한 감사하는 하루가 되길 바라네.

음력 섣달 초사흘 아우 님의 생일을 축하하며,

사랑으로 이 글을 마치네.

추신 : 1. 가족들 에게 따뜻한 안부를 전하네.

           2. 어머니께 감사 꽃다발 전해주시게.

           3. 건강 유의하시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