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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장하준 교수가 말하는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진실`

광야의 들꽃 2010. 12. 31. 05:02

 

<출처 : 프레시안에 게재된 기사를 다소 길지만 스크랩합니다> 

 

오는 11일부터 이틀간 서울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다. 이 회의에서는 2008년 금융 위기로 확인된 '고삐 풀린 자본주의'를 우리 안에 가두는 갖가지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번 G20 정상회의가 성과 없는 말잔치에 그치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우선 지난 30년간 세계를 지배하며 결국 금융 위기를 낳은 '자유 시장 경제학'의 위세가 여전하다. 특히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의제를 제기할 한국, 미국 등은 '시장 만능' 환상을 버리지 않았다. 세계 각국의 경제학자, 시민단체가 세계 금융 안전망의 선결조건으로 꼽는 토빈세를 둘러싼 논의는 이런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토빈 박사가 제기한 토빈세는 '금융 거래 세금(Financial Transaction Tax)'의 다른 이름으로, 투기 자본의 활동을 억제할 목적으로 외환 거래에 매기는 세금이다. 이렇게 외환 거래에 세금을 매기면 특정 국가의 환율이 널뛰기를 하면서 자국 경제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에 큰 타격을 주는 일도 막을 수 있다.

 

또 토빈세를 통해서 마련한 재원으로 개발도상국을 지원할 수도 있다. 토빈세 도입을 주장하는 이들은 "각국이 자국의 금융 시장에서 발생하는 외환 거래의 0.5%만 세금으로 거둬도 매년 6500억 달러(약 710조 원)를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투기 자본에 족쇄를 채우면서 경제 분배도 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자유 시장 지상주의를 강조해온 이명박 대통령이 이런 토빈세 도입 논의를 꺼낼 가능성은 거의 없다. 되레 이 자리에서는 그간 '환율 조작국'으로 미국의 표적이 돼 온 중국 등을 겨냥해 환율을 시장에 전적으로 맡기는 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이런 식이면 G20 정상회의는 인류에게 또 다른 재앙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착잡한 상황에서 <사다리 걷어차기>(2002년), <나쁜 사마리아인들>(2007년) 등으로 자유 시장 경제학의 허점을 비판해온 장하준 케임브리지 대학교 교수(경제학과)가 돌아왔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 장하준, 더 나은 자본주의를 말하다(23 Things They Don't Tell You About Capitalism)>.

 

이미 이 책은 미국, 영국 등에서 호평이다. 특히 영국의 <가디언>은 지난 9월 29일 사설에서 이 책을 거론하며 영국 노동당의 에드 밀리밴드 대표에게 장하준 교수와 점심을 함께 해보라고 권했다. 2008년 금융 위기로 고사 직전인 자유 시장 자본주의가 아닌 다른 대안을 장 교수와 함께 모색해볼 것을 직접 권유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자유 시장 자본주의를 맹신하는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대다수 한국의 정치인도 이 책은 모든 걸 제쳐두고 읽어봐야 할 책이다. 자유 시장 자본주의의 환상을 폭로하는 장하준 교수의 명쾌한 해설을 따라 읽고 나서도 "시장 천국, 불신 지옥"을 외치는 이라면 지도자의 자격이 없다고 봐도 좋으니까.

 

'프레시안 books'는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의 중요성을 감안해 새로운 시도를 해보았다. 영국에 있는 장하준 교수의 인터뷰 동영상을 공개하기로 한 것이다. 이 동영상은 책 출간 전에 출판사가 진행한 장 교수와의 다섯 시간 분량의 인터뷰 중 일부로 출판사의 허락을 얻어서 <프레시안>에 최초 공개한다.

'자유 시장이라는 것은 없다'부터 '좋은 경제 정책을 세우는 데 좋은 경제학자가 필요한 건 아니다'까지 그들이 말하지 않는 스물세 가지 진실 중에서 열두 개를 꼽아서 인터뷰 동영상과 함께 주요 내용을 공개한다. '프레시안 books'는 다음 호(15호)에서 이 책에 대한 정승일 박사(과학기술정책연구원)의 서평도 실을 예정이다.

 


두 번째 진실 : 잘사는 나라에서는 하는 일에 비해 임금을 많이 받는다

 

그들의 거짓말

 

"시장 경제에서는 생산성이 높으면 그만큼 보수를 많이 받아. 똑같은 일을 하고도 스웨덴 사람이 인도 사람에 비해 임금을 50배쯤 더 받고 있는 현실은 모두 생산성의 차이를 반영한 결과지. 인도 같은 곳에서 최저 임금제를 도입하여 인위적으로 이런 차이를 좁히려 해 봤자 결국 개인의 능력과 노력에 대해 불공평하고 비효율적인 보상을 하게 될 뿐이야!"

 

진실은…

 

"잘사는 나라와 못사는 나라의 임금 격차는 개인의 생산성이 달라서가 아니라 각 정부의 이민 정책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나라 간의 이주가 자유롭다면 잘사는 나라의 일자리는 대부분 못사는 나라에서 온 노동자들이 차지하게 된다. 다시 말해서 임금이라는 것은 정치적 결정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47~48쪽)

 

"시장에 맡겨 두기만 하면 결국에는 모든 사람이 타당하고 공평한 임금을 받게 될 것이라는 널리 알려진 주장은 신화에 불과하다. 이 신화에서 벗어나 시장의 정치성과 개인 생산성의 집단적 성격을 이해해야만 더 공평한 사회를 건설할 수 있을 것이다. 즉 개인의 재능과 노력뿐 아니라 역사적 유산과 축적된 집단적 노력까지 적절히 고려해서 개인의 노동에 대한 보상이 행해지는 사회 말이다." (56쪽)

 

 

네 번째 진실 : 인터넷보다 세탁기가 세상을 더 많이 바꿨다

 

그들의 거짓말

 

"인터넷은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았어. '거리의 파괴', '국경 없는 세계' 등…. 국가, 기업, 개인이 이런 속도에 발맞춰 변화하지 않으면 존망의 위기에 처할 수 있어. 이제 개인이나 기업 혹은 국가는 과거보다 훨씬 더 유연한 자세를 견지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강력한 시장 자유화가 필요해!"

 

 

진실은…

 

"최근의 발전은 상대적인 관점에서 볼 때 19세기 후반의 진보만큼 혁명적이라고 할 수 없다. 인터넷 혁명의 경제적, 사회적 영향은 최소한 지금까지는 세탁기를 비롯한 가전제품만큼 크지 않았다. 가전제품은 집안일에 들이는 노동 시간을 대폭 줄여 줌으로써 여성들의 노동 시장 진출을 촉진했고, 가사 노동자 같은 직업을 거의 사라지게 만들었다." (58쪽)

 

"일부 선진국들, 특히 미국과 영국에서는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정보통신 기술 혁명에 마음이 팔려 이제는 '구닥다리' 제조업은 필요 없고 아이디어만 있으면 된다는 잘못된 생각을 했다. 그에 따라 많은 나라들이 '탈산업화 사회'의 시대가 왔다고 철석같이 믿고 제조업을 홀대하여 자국 경제를 약화시켰다." (66쪽)

 

 

여덟 번째 진실 : 자본에도 국적은 있다

 

그들의 거짓말

 

"세계화의 진정한 주인공은 초국적 기업이야. 본사는 여전히 회사가 설립된 나라에 있을지 모르지만 생산과 연구 시설은 대부분 해외에 있고, 최고 경영진을 포함해서 많은 직원을 외국인으로 채용해. 이처럼 자본에 국적이 없어진 시대에 외국 자본에 대해 민족주의적 정책을 쓰면 잘해 봐야 효과가 없고, 최악의 경우에는 역효과가 날 거야!"

 

 

진실은…

"대부분의 초국적 기업들은 국적이 없는 기업이 되기보다는 사실상 해외 지사를 둔 '단일 국적 기업'으로 남아 있다. 핵심 기술 개발이나 전략 설정 등의 가장 중요한 활동은 대부분 본국에서 이루어지고 최고 경영진도 대개 본국 국적을 지닌 사람들로 채워진다. (…) 이 말은 초국적 기업이 가진 혜택의 대부분이 본국으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108~109쪽)

 

"만일 어느 외국 기업이 같은 산업 분야에 해당하는 국내 기업을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인수하는 것이라면 이 외국 자본이 국내 사모펀드보다 낫다. 하지만 다른 조건이 모두 같다면 국내 기업이 국가 경제에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행동할 확률이 더 높다. (…) 자본에는 더 이상 국적이 없다는 신화에 근거해 경제 정책을 세우는 것은 너무도 순진한 발상이다." (123쪽)

 

 

열 번째 진실 :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가 아니다

 

그들의 거짓말

"최근 경제 문제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높은 생활수준을 자랑해! 시장 환율을 적용할 경우 미국보다 1인당 소득이 더 높은 나라가 몇 있기는 하지. 그러나 그것이 달러가 되었든 유로가 되었든 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재화와 서비스의 양은 다른 부자 나라에 비해 미국이 가장 많아! 그렇기 때문에 많은 나라들이 미국을 따라 하려 애쓰는 거지."

 

진실은…

"소득 분배가 극도로 불균등한 미국과 상대적으로 소득 분배가 고른 다른 선진국을 평균 소득만으로 비교해서는 사람들의 삶을 제대로 짐작하기 어렵다. 이 불균등한 소득 분배 현상은 미국의 건강 지표가 좋지 않고 범죄율이 높은 원인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게다가 미국이 다른 선진국보다 같은 돈으로 더 많은 물건과 서비스를 살 수 있는 이유는 이민이 많고 고용 조건이 열악한 덕에 상대적으로 서비스가 싸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미국인들은 유럽인들에 비해 일을 훨씬 더 오래 한다. 같은 시간을 일하는 것으로 계산하면 미국인들보다 유럽인들의 구매력이 더 높아진다. 미국인들처럼 여가 시간보다는 물건을 많이 갖는 쪽이 더 나은 삶이냐, 유럽인들처럼 물건을 더 살 돈보다는 여가 시간을 확보하는 쪽이 더 나은 삶이냐 하는 것은 사람에 따라 의견이 다르겠지만, 적어도 미국이 다른 부자 나라들에 비해 생활수준이 단연 더 높은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143쪽)

 

 

열세 번째 진실 :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든다고 우리 모두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거짓말

 

"싫건 좋건 투자를 하고 고용을 창출하는 것은 부자들이야.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들지 않고서는 가난한 사람들의 형편도 나아지지 않아. 부자들에게 더 큰 파이 조각을 주면 처음에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파이 조각이 작아질지 몰라도 결국에는 이들에게 돌아가는 파이 조각의 절대적인 크기가 더 커질 거야. 파이 전체의 크기가 더 커지기 때문이지!"

 

진실은…

"부자들을 위한 정책은 지난 30년의 세월 동안 성장을 가속화하는 데 실패했다.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전 세계적으로 1인당 평균 소득이 매년 3% 이상 증가했으나 1980~2009년 사이에는 매년 1.4% 늘어나는 데 그쳤다. 부자들에게 더 큰 파이 조각을 주면 결국에는 전체 파이가 커진다는 이론은 설득력이 없다." (185, 194쪽)

 

"꼭대기에서 늘어난 부가 결국에는 아래로 '똑똑 떨어져(trickle down)' 가난한 사람들에게 혜택을 줄지도 모르지만, 이는 보장된 결과가 아니다. (…) 그냥 시장에 맡겨 두면 상류층의 부가 밑으로 흘러내리는 정도가 미약하다. (…) 만약 부자들에게 주어지는 더 많은 부가 사회 전체의 혜택으로 파급되게 하려면 국가는 각종 정책 수단을 통해 부자들로 하여금 더 많이 투자하도록 해서 더 높은 경제 성장을 이루어낼 수 있도록 하며, 복지 국가 같은 메커니즘을 통해 전 사회 구성원들과 성장의 과실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195, 197쪽)

 

 

열네 번째 진실 : 미국 경영자들은 보수를 너무 많이 받는다

 

그들의 거짓말

 

"미국의 최고 경영진이 받는 보수는 아주 많아.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시장의 원리에 입각한 것이야. 그런 일을 할 만한 능력을 지닌 사람 수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정말 능력 있는 사람을 영입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보수를 지불할 수밖에 없어. 그렇게 영입한 경영자가 좋은 결정을 내리면 수억 달러에 이르는 수익을 올릴 수 있으니까."

 

진실은…

"동시대 노동자들의 보수 평균과 비교해서 볼 때 오늘날 미국의 CEO들은 1960년대 CEO들에 비해 10배를 더 받는다. 상대적으로 1960년대 CEO들의 경영 성적이 훨씬 더 좋았음에도 말이다. (…) 다른 나라 회사 경영진들에 비해 미국 경영자들은 절대 기준으로 많게는 20배나 더 받는다.

이들은 또 보수만 지나치게 많이 받는 것이 아니라 경영 부진에 대해서도 제대로 책임지지 않는다. 게다가 실제로 미국 경영자들의 보수가 완전히 시장 원리에 따라 결정되는 것도 아니다. 미국의 경영자 계층이 지닌 경제적,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힘은 자신들의 보수를 결정하는 시장 자체를 조종할 수 있을 정도로 커졌다." (199쪽)

 

 

열다섯 번째 진실 :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부자 나라 사람들보다 기업가 정신이 더 투철하다

 

그들의 거짓말

 

"기업가 정신은 역동적인 경제의 핵심이야. 프랑스부터 개발도상국에 이르기까지 경제가 활력을 잃은 나라들을 살펴보면 기업가 정신의 결여가 그 원인의 하나인 것을 알 수 있어. 가난한 나라의 거리에서 어영부영 정처 없이 배회하는 사람들이 태도를 바꾸고 적극적으로 수익을 올릴 기회를 찾으려 하지 않으면 그 나라 경제는 영원히 발전하지 못할 걸!"

 

진실은…

"가난한 나라가 가난한 이유는 개인들에게 기업가 정신이 없어서가 아니라 생산을 할 수 있는 기술과 현대식 기업 같은 발달된 사회 조직이 없어서이다. (…) 20세기에는 특히 기업가 정신을 구현하려면 공동체 차원의 집단적 노력이 필요하게 되었다. 따라서 집단적 조직력의 부족이 개인의 기업가 정신의 부족 현상보다 경제 발전을 가로막는 더 큰 장애 요인인 것이다." (210쪽)

"토머스 에디슨이나 빌 게이츠처럼 특별한 인물도 수없이 많은 제도적, 조직적 지원을 받지 않았으면 오늘날과 같은 업적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 영웅적인 기업가들이 등장하는 신화를 거부하고 집단 차원의 공동체적 기업가 정신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조직과 제도를 마련하도록 돕지 않으면 가난한 나라들이 빈곤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란 불가능하다." (220, 222쪽)

 

 

열여섯 번째 진실 : 우리는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겨도 될 정도로 영리하지 못하다

 

그들의 거짓말

"우리는 시장을 그냥 내버려둬야 해! 시장에 참가하는 주체는 모두 자기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야. 그들은 합리적이라고. 시장에 참여하는 당사자들보다 열등한 정보를 보유한 정부가 그들이 이익을 낼 수 있다고 판단하고 하려는 행동을 못하게 한다든지, 원하지 않는 행동을 하게 만든다든지 하는 것은 주제넘은 짓이야!"

 

진실은…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이 늘 최선의 것은 아니다. 우리에게 직접 관련된 일들조차 완전히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 세상은 너무도 복잡하고, 우리가 그런 세상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은 극도로 제한되어 있다. 따라서 우리가 처리해야 하는 문제들의 복잡성을 줄이려면 일부러 선택의 자유를 제한해야 하고, 실제로 많은 경우에 그렇게 하고 있다." (223~224쪽)

 

"2008년 금융 위기 직전에 우리는 이른바 금융 혁신을 통해 모든 것을 너무 복잡하게 만들었고, 그 때문에 우리의 의사 결정 능력은 이런 복잡성에 압도당해 버렸다. (…) 앞으로 유사한 금융 위기를 겪지 않으려면 금융 시장에서는 행위의 자유를 엄격히 제한할 필요가 있다. (…) 전문가라 불리는 사람마저 그 내용과 영향을 알지 못하는 상당수의 파생 금융 상품은 폐기되어 마땅하다." (235쪽)

 

 

열일곱 번째 진실 : 교육을 더 잘 시킨다고 나라가 더 잘살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거짓말

 

"교육을 잘 받는 노동력은 경제 발전에 절대적으로 필요해. 교육 수준이 높기로 유명한 동아시아 국가들이 이루어 낸 경제적 성공과 세계에서 가장 학력이 떨어지는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제 침체를 비교해봐. 더구나 이제 지식이 부의 원천이 되는 '지식 경제'가 출현하면서, 교육 특히 고등교육은 번영으로 가는 열쇠야."

 

진실은…

"높은 교육 수준이 국가 번영으로 이어진다는 증거는 사실 놀라울 정도로 빈약하다. (…) 스위스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산업화된 나라 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이 나라의 대학 진학률은 놀랍게도 선진국 중 가장 낮아서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다른 부자 나라 대학 진학률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았다." (237, 246쪽)

 

"한 나라의 번영을 결정하는 것은 개인의 교육 수준이 아니라 생산성 높은 산업 활동에 개인들을 조직적으로 참여시킬 수 있는 사회 전체의 능력이다. (…) 교육의 진정한 가치는 생산성을 높이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잠재력을 발휘하고 더 만족스럽고 독립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238, 250쪽)

 

 

스무 번째 진실 : 기회의 균등이 항상 공평한 것은 아니다

 

그들의 거짓말

"우리가 추구해야 할 평등은 기회의 균등이야! 노력과 성취의 크기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보상할 경우 재능 있고 노력을 많이 하는 사람들은 성취동기를 잃어버려. 이런 결과의 평등은, 결코 좋은 시스템이 아니야. 단지 흑인이라거나 가난한 집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자질이 못 미치는 학생을 좋은 학교에 입학시키는 것 역시 부당하고 비효율적이야!"

 

진실은…

"기회의 균등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어떤 아이가 배가 고파서 수업 시간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한다면 선천적으로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성적이 나쁘다고 말할 수 없다. 공정한 경쟁이 되려면 그 아이도 다른 아이들처럼 배불리 먹을 수 있어야 한다. 집에서는 생계비 지원을 받아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학교에서는 무료 급식을 통해 밥을 굶지 않도록 보살펴야 한다." (277쪽)

 

"기회의 균등이 진정한 의미를 가지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결과의 균등이 보장되어야 한다. 말하자면 부모가 아이를 굶기지 않을 정도로는 돈을 벌 수 있어야 그 아이도 같은 조건에서 다른 아이들과 경쟁을 할 수 있는 것이다. (…) 최소한의 소득, 교육, 의료 혜택 등을 보장함으로써 최소한의 역량을 갖출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지 않으면 공정한 경쟁을 한다고 말할 수 없다." (277, 288쪽)

 

 

스물한 번째 진실 : 큰 정부는 사람들이 변화를 더 쉽게 받아들이도록 만든다

 

그들의 거짓말

"큰 정부는 경제의 적이야! 정부가 부자들에게 거둔 세금으로 복지 정책을 추진하면 가난한 사람은 게을러지고, 부자는 부를 창출하려는 의욕을 잃어서 경제 전체의 활력이 없어져. 생기 넘치는 미국 경제와 비대해진 복지 정책에 눌려 활력을 잃은 유럽 경제를 비교해 보라고!"

 

진실은…

"잘 설계된 복지 정책이 있는 나라 국민들은 일자리와 관련된 위험을 감수하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변화에 오히려 개방적인 태도를 취한다. (…) 유럽 사람들은 자기가 종사하는 산업이 외국과의 경쟁으로 인해 문을 닫는다 해도 실업 수당을 받아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고, 정부 보조금을 받으면 새로운 직장을 구하는 데 필요한 직업 재교육을 받을 수 있다.

 

그에 반해 미국 사람들은 한 번 일자리를 잃으면 생활이 심하게 어려워질 뿐 아니라 다시 일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등 복지 정책이 가장 잘 갖춰진 나라들이 이른바 '미국의 르네상스'라 부르는 1990년대 이후에도 미국과 비슷한 성장을 하거나 심지어 더 빠른 성장을 할 수 있었다." (290쪽)

 

 

마지막 진실 : 좋은 경제 정책을 세우는 데 좋은 경제학자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들의 거짓말

"좋은 경제 정책을 실행에 옮기려면 경제학 지식이 필수적이야! 경제학에 문외한인 관료들은 자기의 한계를 깨닫고 선별적인 산업 정책 등 '어려운' 정책에 손대지 말고, 정부 역할을 최소화하는 '쉬운' 자유 시장 정책을 고수해야 해. 그러고 보면 자질 없는 관료들이 개입할 여지가 적은 자유 시장 정책이야말로 가장 좋아."

 

진실은…

"역사적으로 경제를 가장 잘 운영한 경제 관료는 대부분 경제학 전공자가 아니었다. '기적'적인 성장을 구가하는 동안 일본, 그리고 일본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한국도 경제 정책은 법대 출신들이 맡았다. 타이완, 중국에서는 공대 출신들이 이 역할을 담당했다. 정책 입안에 경제학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그 경제학은 자유 시장 경제학이 아닌 다른 종류의 경제학이어야 한다." (316~317쪽)

 

"위험한 것은 지난 30여 년 동안 세상을 풍미해온 자유 시장 경제학이라는 특정 부류의 경제학일 뿐이다. (…) 지난 30여 년에 걸쳐 벌어진 경제 현상들을 보면 우리는 자유 시장 경제학보다 (카를 마르크스, 존 메이너드 케인스, 프리드리히 리스트, 조지프 슘페터, 니컬러스 칼도, 앨버트 허시먼 등과 같은) 다른 경제학자에게서 배울 점이 훨씬 많음을 알 수 있다." (323, 326쪽)

 

 

 

출처 : 소심한 여행
글쓴이 : 하피즈 원글보기
메모 : 스물 세가지의 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