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7

산책길 5 -짧은 일기

오랜만에 다시 나의 산책길에 나서본다. 며칠 만에 나의 산책길은 새로운 꽃동산이 되어있다. 반가운 마음에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본다. 오늘은 하얀색 아네모네가 나를 반긴다. 붉은색이 지천인 다른지역과는 달리 흰색과 보라색의 귀한 꽃이 다른들꽃들 사이에 수줍은 듯 조용히 피어 있었다. 보랏빛 꽃들 사이로 홀로 고고하게 얼굴을 내미는 장밋빛 아네모네 한송이는 장미주일 (사순절의 네 번째 주일, 기쁨 주일이라고 한다 )에 내게온 선물처럼 느껴진다. 모든것을 준비하고 마련해두신 창조주께 감사하며 시 한수 올리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시인이 아니라서 .... 유안진 시인의 "들꽃 언덕에서"는 지금 이 순간의 내 마음이다. 들 꽃 언덕에서 알았다.. 값비싼 화초는 사람이 키우고 값없는 들꽃은 하느님이 키우시는 것을..

나의 이야기 2021.03.18

광야의 샘-짧은 일기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그 어딘가에 샘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다-어린 왕자. 비가 그치고 청명해진 날씨 오늘은 광야 길로 나선다. 유대 광야가 품고 있는 샘에 도착하니 이곳에도 봄이 왔다. 들꽃들이 얘기를 시작한다. 아름답다. 문득 떠오르는 성경 구절 , 솔로몬도 그 온갖 영화 속에서 이 꽃 하나만큼 차려입지 못하였다.(마태 6:29) 들풀까지 하느님께서 이처럼 입히시거든 (마태 6:30 중에서) "그러므로 너희는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차려입을까? 하며 걱정하지 말아라."(마태 6:31) 예수님의 이 말씀은 꽃이피는 봄날 바로 지금, 이 아름다운 계절에 하신듯하다. 그리고 생각나는 시, 박두순 "꽃을 보려면 " 채송화 그 낮은 꽃을 보려면 그 앞에서 고개 숙여야 한다. 그 앞에서 무릎도 꿇..

일상 탈출 2021.02.22

산책길 3-짧은 일기

비 소식이 있어 미리 길을 나서니 사람들이 없다. 여유 부리며 산책 길 동네 담장의 예쁜 꽃들과 야생화들을 초대해 본다. 며칠째 일기예보는 화요일부터 비 소식을 알려왔다. 비가 내리기 전에 서둘러 산책길에 나서본다. 오늘은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다른 꽃들이 나를 봐달라고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쁜 꽃들을 본다. 돌아오는 산책길에 만난 귀하디 귀한 보라색 아네모네. 사순절의 시작을 알려주는 듯. 회개와 속죄를 나타내는 색, 큰 의미로 다가온다. 오늘은 김용택 시인의 시 한 구절이 어울리는 날이다. "오! 봄이여! 꽃구경 가다가 날 저물어 길 잃고 나는 너를 얻었네." 중에서 한송이 보랏빛 아네모네는, 돌아오는 산책길에 발에 밟히듯 , 나에게로 와서 의미가 되었다.

나의 이야기 2021.02.17

꽃구경 2-짧은일기

꽃구경하던 날. 예쁜 꽃들을 보며 오랜만에 참 좋았다. 맑은 하늘과 푸른 들판 오솔길 사이로 꽃들이 희망을 주었다. 40일 만의 외출. 성경적으로 40일은 어떤 일을 위한 꼭 필요한 만큼의 인내의 시간이다. 이토록 아름다운 봄소식을 위해 집콕 생활 40일이 필요했을까!! "그 꽃"이라는 시가 있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고은 선생의 시다. 꽃을 바라는 마음으로 시간을 견디고 있었던 모양이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을 보기 위해. 꽃구경을 하다 보니 가장 아름다운 꽃은 역시 아기 사람. 지칠 줄 모르고 달려 나가는 생동하는 꽃. 두 살 밖이 우리 손자 우주. 우주가 가장 아름다운 꽃이다.

나의 이야기 2021.02.14

칠월에 쓰는 편지 - 7월에 생일 을 가진 나의 조카들에게

""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 이 마을 전설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 7월이 오면 생각이 나는 이 육사 시인의 시 한 구절 이란다. 아래의 사진은 프랑스의 몽바지약 성에서 찍은것 인데 이 곳 에서는 달고 맛 좋은 청포도를 재배하고 있었단다. 지중해의 강렬한 태양보다 더 뜨거운 7월이 오면 고모는 너희들을 생각한단다. 너희들이 세상에 첫 발자욱을 떼어 놓은 것이 바로 7월이기 때문 이란다. 꽃보다 더욱 아름다운 모습으로 너희 들은 세상에 왔고 우리들은 가족이 되었구나. 아름다운 모습으로 세상에 온 너희들은 언젠가는 세상의 중심으로 나가게 될 거야. 그 중심으로 향하는 길은 여러 갈래 길 이란다. 이렇게 반듯한 고속 전철같은 길이길 바라지만 세상은 만만 하지가 않아서 때론 돌계단을 올라..

일상 탈출을 마치며

한여름의 일상 탈출을 마치고 저는 저의 일상으로 돌아옵니다. 숨가쁘게 뛰었던 일상 탈출이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 정해진 시간은 더욱 빨리 가는 법 , 저는 저의 일상으로 돌아와 때로는 바쁘게 때로는 느슨 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벌써 12월 의 첫날을 맞게 됩니다.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하는 시간을 맞이 하며 저는 저의 일상 탈출 후의 시간을 기억해 보기로 합니다. 저는 저의 일상으로 제가 사는 땅으로 돌아옵니다. 하늘과 땅과 바다와 호수와 강 그리고 광야와 사막이 함께 어우러진 그런 곳입니다. 그리스도 교인들 에게도 , 이슬람교도들 에게 도, 유대인들에게도 중요한 영원한 마음의 고향 거룩한 도성이 있는 그런 땅입니다. 인종과 민족이 종교가 서로 다른 사람들이 , 서로 사랑하고 , 서..

나의 이야기 2009.12.01

시간,맛 , 향기의 기억

일상 탈출의 즐거움은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어둠이 짙게 깔린 저녁 무렵 모르는 길을 들어섰더니 이곳 경기도에 아직도 80년대의 흔적이 남아 있는 작은 담배가게가 있어서 한 장 급하게 찍었습니다. 모든 것이 변해버린 이곳에 아직도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이 작은 가게는 지난 세월을 보여 주는 듯 나에게 짙은 향수를 불러일으킵니다. 낮은 지붕에 반쯤 열린 작은 창문 , 그 속으로 보이는 널린 빨래, 그리고 가스통, 70년대와 80년대 초반에 우리나라에서 흔히 보았던 모습 들이죠. 경기도 양평을 지나다 보니 내 아이디와 같은 이름의 식당이 보이네요. 그래서 또 한컷... 이번 일상 탈출에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차려준 따뜻한 아침 밥상입니다. 참으로 풍요로운 아침 상이었지요. 그녀의 따..

일상 탈출 2009.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