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네모네 5

산책길 5 -짧은 일기

오랜만에 다시 나의 산책길에 나서본다. 며칠 만에 나의 산책길은 새로운 꽃동산이 되어있다. 반가운 마음에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본다. 오늘은 하얀색 아네모네가 나를 반긴다. 붉은색이 지천인 다른지역과는 달리 흰색과 보라색의 귀한 꽃이 다른들꽃들 사이에 수줍은 듯 조용히 피어 있었다. 보랏빛 꽃들 사이로 홀로 고고하게 얼굴을 내미는 장밋빛 아네모네 한송이는 장미주일 (사순절의 네 번째 주일, 기쁨 주일이라고 한다 )에 내게온 선물처럼 느껴진다. 모든것을 준비하고 마련해두신 창조주께 감사하며 시 한수 올리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시인이 아니라서 .... 유안진 시인의 "들꽃 언덕에서"는 지금 이 순간의 내 마음이다. 들 꽃 언덕에서 알았다.. 값비싼 화초는 사람이 키우고 값없는 들꽃은 하느님이 키우시는 것을..

나의 이야기 2021.03.18

꽃구경3-짧은일기

아네모네 꽃을 보려면 남쪽이 좋다. 화창한 봄날에 베이트 구부린 국립공원을 방문하니 칼라니트 (아네모네 꽃의 히브리말)가 지천으로 널려있다. 그 짙은 붉은빛에 취해 어지럽다. 오늘은 아몬드 꽃이 그 자태를 드러냈다 매화처럼, 벚꽃처럼. 활짝 핀 아름다운 꽃. 아론의 지팡이에 돋아난 싹. 꽃을 피운 그 나무다. 이른 봄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 나무( 이스라엘에서는 보통 1월 말부터 피기 시작한다) 새 생명과 희망을 상징하는 나무로 부활을 상징하는 나무. 꽃말은 "진실한 사랑 , 기대, 희망 "이라고 한다. 성경에서는 "하느님의 말씀은 그대로 이루어진다"는 약속을 상징하는 의미(예레미아 1:11,12)로 알려져 있는 나무다. 정월 대보름 , 오늘의 일상탈출은 희망의 날로 정하고 싶다. 아몬드 나무 아래서 자..

일상 탈출 2021.02.27

산책길 3-짧은 일기

비 소식이 있어 미리 길을 나서니 사람들이 없다. 여유 부리며 산책 길 동네 담장의 예쁜 꽃들과 야생화들을 초대해 본다. 며칠째 일기예보는 화요일부터 비 소식을 알려왔다. 비가 내리기 전에 서둘러 산책길에 나서본다. 오늘은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다른 꽃들이 나를 봐달라고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쁜 꽃들을 본다. 돌아오는 산책길에 만난 귀하디 귀한 보라색 아네모네. 사순절의 시작을 알려주는 듯. 회개와 속죄를 나타내는 색, 큰 의미로 다가온다. 오늘은 김용택 시인의 시 한 구절이 어울리는 날이다. "오! 봄이여! 꽃구경 가다가 날 저물어 길 잃고 나는 너를 얻었네." 중에서 한송이 보랏빛 아네모네는, 돌아오는 산책길에 발에 밟히듯 , 나에게로 와서 의미가 되었다.

나의 이야기 2021.02.17

꽃구경 2-짧은일기

꽃구경하던 날. 예쁜 꽃들을 보며 오랜만에 참 좋았다. 맑은 하늘과 푸른 들판 오솔길 사이로 꽃들이 희망을 주었다. 40일 만의 외출. 성경적으로 40일은 어떤 일을 위한 꼭 필요한 만큼의 인내의 시간이다. 이토록 아름다운 봄소식을 위해 집콕 생활 40일이 필요했을까!! "그 꽃"이라는 시가 있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고은 선생의 시다. 꽃을 바라는 마음으로 시간을 견디고 있었던 모양이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을 보기 위해. 꽃구경을 하다 보니 가장 아름다운 꽃은 역시 아기 사람. 지칠 줄 모르고 달려 나가는 생동하는 꽃. 두 살 밖이 우리 손자 우주. 우주가 가장 아름다운 꽃이다.

나의 이야기 2021.02.14

꽃 구경-짧은 일기

날씨가 좋아 꽃구경을 나섰다. 40일 만에 일상 탈출이다. 유난히 참을성이 없는 이곳 사람들. 봉쇄가 풀리자 모두들 야외로 소풍을 나선 모양이다. 평일임에도 주차장엔 자동차로 가득하다. 아직 학교와 유치원이 열리지 않아 모두들 야외로 소풍을 나온듯하다. 아이들과 할머니 할아버지가. 꼬맹이들과 엄마 아빠가. 초록빛 들판을 보니 이젠 완전한 봄이다. 시클라멘(히브리말 - 라케페트 ) 언덕에 올라서니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시클라멘 사이로 새빨간 아네모네(히브리어- 칼라니트)가 조화를 이룬다. 이쯤 되면 광야엔 들꽃으로 수를 놓은 양탄자가 되어 있을 듯하다. 다음 주에는 광야로 나가 봐야지.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 생각난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

나의 이야기 2021.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