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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걸오 유아인, 꽃이 되어버린 시와 음율에 미치다...

광야의 들꽃 2010. 11. 1. 16:37

내가 걸오앓이에서 걸오폐인으로의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의 최대치로 전이가 된 것은

14강 “홍벽서의 부상씬”을 거쳐

마지막 “은행나무”씬이었다.


감정이 되고 시가 되어 마음 속 깊은 곳에 침잠하게 하고

수많은 걸오폐인들에게 불면의 밤을 보내게 했던

걸오 유아인의 연기...


나의 첫번째 리뷰였던 "걸오 유아인, 치밀한 캐릭터의 재창조에 열광하다."에서

미처 다 말하지 못한 그의 "은행나무"씬을

시와 음율적 측면에서 좀 더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1. 걸오가 이름을 불렀다.


“김.윤.식.”

걸오가 그 이름을 불렀을 때,

그건 김춘수의 “꽃”만큼이나 시적이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김춘수의 “꽃”중에서...)

 

 

 

 

 


타자에 대한 명명,

하이데거의 말처럼 타자에 대한 존재론적 인지단계를 의미한다면,

걸오에게 있어서 그것은

명명 대상에 대한 특별함의 관계정립뿐만 아니라

그 명명의 과정을 통해 그의 사랑을 표현하는 도구였으며,

김춘수의 "꽃"이 의미하는 시상을 가장 시적으로 표현한 예술행위였다.


그의 흔들리는 시선의 궤에 맞춰 울리는

그의 낮은 목소리는

마치 그의 세포 하나하나의 미세함까지 느끼게 하는 시감각적 착각뿐 아니라

그의 심장의 고동소리까지 들리는 것 같은 청감각적 착각까지 일으키며

나의 심상을 집요하게 자극하여

시와 운율이 되어 내게 각인되었다.


그건 아마도

“시”에 대한 그의 내재적 본능이 뿜어내는,

연기로 발현되어 시가 되게 하는 그의 에고이며,

그가 가진 것 중에서만 표현할 수 있다는 그의 연기는

바로 그의 “시”에 대한 자아의 바탕임을 알게 한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고 싶다.” (김춘수의 “꽃”중에서)


걸오는 그렇게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고

잊혀지지 않는 눈짓이 되었다.



2. 걸오의 명명, 그건 또 하나의 음율이었다.


“김.윤.식”

하나 하나 끊어지는 그의 소리는

그의 흔들리는 눈빛이 머무는 곳에 떨어지는

꽃잎들의 아르페지오였다.


단 세 글자를 발음하는 동안

그의 소리는 연기로서의 대사가 아닌

귀와 마음으로 느껴지는 음율의 울림이었으며,

혀끝에서 빚어지는 멜로디였다.


그의 소리는 파동이 되어 공기중에 부딪히며 나에게 전달될 때

단지 소리에 갇혀있던 그 경계를 허물어 하나의 음율이 되었고,

나의 감성과 마음에 부딪쳐 올라와

사랑의 절절함에 함께 튕겨오르게 했다.


그렇게 그는 3글자의 대사를

음율처럼 아름답게 작동시키고

걸오라는 캐릭터를 확실하게 각인시키며

아프도록 애잔한 은행나무 씬을

최고의 에피소드로 완성시켰다.



 




3. 걸오, 그 인식론적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하여...


걸오는 나에게 “꽃”이 되었고

나는 그의 시와 음율에 빠져 걸오폐인이 되었다.


허구의 인물에 대한 주체 못할 감정의 최대치,

빠져나올 수도, 분해하거나 파괴할 수도 없는,

걸오라는 캐릭터의 단단함.


인식론에 있어서 “허구”의 앎에 대한 오류를 범하게 하는 유아인.

차라리 미치고 즐기자고 결심하지만

걸오를 “앎”이 인식론적 오류가 아님을 증명하는 것은

유아인의 몫이다.

그는 이제 결정해야 한다.

사기꾼이 되던지,

팬이 진정으로 바라볼 수 있는 스타가 되던지,...


p.s)

이 글은

아직 걸오와 성스를 접하지 못한 이들에게

걸오 유아인을 좀 더 알리고자 하는 목적의 글이며,

걸오에게 향하는 나의 제어불가한 감정을 소화하기 위한 글입니다.

팬심에 의한 논리적 오류나 헛점 또는 감정과 표현의 과잉이 있음을 양해해 주길 바라며

괜찮다 싶은 글이면 추천수 날려 주셔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출처 : Sylvia
글쓴이 : Sylvia 원글보기
메모 : 걸오 앓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