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쓰는 편지

정연이의 생일에 쓰는 편지-다니카라반을 소개합니다.

광야의 들꽃 2021. 7. 7. 02:29

금년에도 어김없이 7월 7일이 돌아왔구나.

생일을 맞이하는 너에게 고모가 할 수 있는 일은 편지를 쓰는 일 밖에 없어 섭섭한 마음이 든다.

함께 모일 수 없는 현상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니 안타깝기만 하다.

다음에 한꺼번에 축하하며 즐겁게 보내도록 하자.

직장은 이제 적응이 잘 되었으리라 믿는다. 

그동안에 재택근무가 많았을 텐데  답답하지는 않았는지 모르겠구나.

사회 초년생으로서의 너의 일 년은 어떻게 지났는지 몹시 궁금하다.

평탄한 잔디 밭이었을지  아니면 조금은 불편한  사회생활이었을지 알고 싶구나. 

우리들의 삶은 모두 관계를 통해 이루어진 것이라  그 관계성 안에서 

때론 빛나기도 때로는 힘들기도 하는 것이라서 너의 직장 생활은 어떠했는지 묻고 싶어 진다.

여기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다니 카라반 (이스라엘의 환경 조각가 - 1930년 12월 7일 출생하여 2021년 5월 29일 세상을 떠남 )의 

작품을 설명하는  모습을 찍은 것이다. 

텔아비브 시청에서는 주말에 무료 문화 행사들을 개최하는데

이번에는 키카르 라바나 (Kikar Levana 백색 광장 )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단다. 

아마도 세상을 떠나신 노 조각가를 추모하는 의미도 있었으리라 생각되는구나.

90세를 일기로 세상과 작별한 환경 조각가를 추모하며

작가의 작품세계를 들여다보는 시간이었는데 유익한 시간이었단다.

무엇보다도 놀라운 점은  햇빛이 강렬한 오후 시간이었는데도 

조용히 경청하는 청중들의 태도였단다.

이스라엘에서는 보기 드문 현상이란다.

보통 안내자가 얘기를 하면 경청하지 않고 본인들이 더 많이 알고 있다는 것을 

과시하려는 듯 떠드는 것이 정상인데 오늘의 청중들은 

격이 다른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더구나. 

아마도 예술가를 추모하고 예술가의 작품세계를 더 많이 알고자 하는 

지인들과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 너의 생일을 맞이하여 다니 카라반의 작품을 소개하는 글을 쓰는 이유는 

너와 함께 올림픽 공원에 가고 싶었기 때문이란다. 

올림픽 조각 공원에도 다니 카라반의 작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단다.

다음에 꼭 한번 같이 갔으면 좋겠구나.

"빛의 진로"라는 작품인데 세종대왕에게 경의를 표한 작품이라고 한다.

직접 그 작품을 보고 싶어 진다.

동방의 고요한 아침의 나라인 우리나라에 이스라엘의 조각가가 작품으로 

아름다운 우리글을 만드신 세종대왕께 바치는 찬사.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텔아비브 출신으로 도시환경 조경 담당 건축가를 아버지로 둔 다니 카라반은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것 같구나.

텔아비브와 예루살렘의 미술 학교에서  예술의 기반을 닦고 

이탈리아의 피렌체와 파리에서 예술을 공부하지만  정작 예술활동의 시작은 

무대장치를 통해서였다고 한다. 

이스라엘의 유명한 무용극단들의 무대장치를 통해 활동 영역을 넓히고 

환경 조각가로서의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던 것 같다.

역사의 현장에서 돌 하나와 땅이 갖는 의미들이 모든 추억을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한

작가는  네게브 사막에 커다란 전쟁 추모 기념비를 세우며 본격적인 환경 조각가의 삶을

시작하는 듯하다.

그의 작품들 에는 따스함이  느껴진다. 

작품 자체는 시멘트로 되어 있지만  그 속에는 어린 시절의 

텔아비브의 모습과 그가 몸 담았던 키부츠의 자연이 들어 있단다.

그는 그의 작품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그 작품을 느끼고  듣고

냄새 맡고 만져보고 그사이를 걸어보기를 원한다.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이 들어있는 것 같구나.

텔아비브는  화이트 시티 (White City 백색 도시 )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단다. 

2003년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름이란다.

다니 카라반의 백색 광장은 텔아비브에 알맞은 이름인 것 같구나.

정연아! 이 작품은 다니 카라반이 기획하고 완성하기까지 11년이 걸렸는데 

재능기부로 이루어진 것이라서 더욱 의미가 깊은 것 같다.

우리 정연이도 사회 초년생이지만 그 분야에서 익숙해지고

기반을 얻게 되면 재능을 기부하는 멋진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오늘 생일을 맞은 너에게 이 글을 쓴다.

집 근처에 있는 공원인데 고모는 오늘에야 이렇게 유명한

조각가의 작품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구나.

배움의 길은 역시 끝이 없는 것 같다. 

항상 유행의 첨단을 달리시는 우리 조카님의 근황이 궁금해서 오늘 생일을 맞은 정연이 에게

멋진 환경 조각가 다니 카라반을 소개해본다.

지루 하지는 않았는지 조금 염려가 되긴 하지만 고모의 정성으로 읽어주길 바란다. 

생일을 다시 한번 축하하며 엄마께 꽃다발 드리는 거 잊지 않기를 바란다. 

낳아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도 잊지 말고.

언제 가는  모두들 함께 모여 이공원에서 바비큐 파티를 하자꾸나.

그런 날이 빨리 오기를 바라며 사랑으로 고모가 보낸다.

추신 1. 드디어 여름이네. 휴가 계획은 세웠는지. 휴가는 며칠이나 되는지 궁금증이 발동한다.       

2. 더위에 건강 조심하고 직장생활 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3. 그럴리는 없겠지만 혹시 일이 마음에 안 들어도 행복은 항상 나 스스로가  만드는 것이라는 것 기억하길 바란다.       

4. 선물로 받은 하루를 어떻게 사용할지 생각해 보세요. 생일 선물은 고모 일일 이용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