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쓰는 편지

지우 생일에 부치는 편지

광야의 들꽃 2021. 7. 30. 11:28

생일 편지를 쓰려고 고모가 작년에 네게 보낸 글을 읽어보니 하루 지난 지우 생일에 편지를 보냈더구나.

그래서 지우야! 오늘은 하루 전날에 네게 편지를 쓴다.

 어떤  아름다운 장소를 여행하다 함께 나누고 싶은 장소나 보여주고 싶은

 명소를 찾아 편지를 보내고 싶었단다.

 하지만 금년에는 한국에도 갈 수가 없고 해외여행도 불편함이 많아

 자유롭게 움직일 수가 없으니 답답하다.

그래서 생각을 했단다. 어떤 장소를 우리 지우에게 보여주면 좋을까!

생일을 맞는 우리 지우에게  어떤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있을까! 

 요즈음 코로나 델타변종으로 4인 모임도 힘든 상황이라 방학 때 제대로  놀지도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고심끝에 고모는 장터로 가기로 했다.

 오늘 지우에게 보여줄 생일 편지의 내용은 사람 사는 모습 바라보기이다.

 어쩌면 방학이 되어도 학원에 가야 하면 무료한 시간도 없이 바쁠 수도 있는

 너에게 고모가 괜한  걱정을 했나??? 

오늘은 목요일 오후에 예루살렘의 중앙시장인 마하네 예후다로 구경을 왔단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유심히 살펴보기를 바란다.

예루살렘에서 가장 분주한 장터이며 신 시가지에 있는 유일한 장터야.

안식일이 금요일 밤에 시작되니 목요일 저녁은 우리나라로 얘기한다면 

불금의 개념으로 생각하면 될 거야.

이곳 시장은  공식적으로는 오전 8시에 열고 오후 7시에 닫히지만 목요일은 좀 특별해서 

상설시장이 닫히면 그때부터 완전히 파티가 시작된다고 생각하면 될 거야.

목요일 밤의 시장은 완전 축제 분위기란다. 

식당과 카페 그리고 맥주를 마시는 장소에 이르기까지 사람들로 가득한   주말을 즐기는 날이야.

지우는 중학생이니 아직 맥주를 마시러 갈 수가 없으니 밤 풍경은 뒤로하고

오후의 시장 풍경만 보여주려 해.

젊은 친구들이  노래를 하는구나. 생일 축하 노래를 들었다 생각하렴.

감사 표시는 지나가는 중절모를 쓴 아저씨가 하고 계시네?

지금 보고 있는 풍경은 이스라엘 정통파 유대인들의 모습이야. 

종교적인 동네가 가까운 곳이라 가장 많은 종교인들이 이용하는 시장이란다.

이곳에서는 시장을  슉(shook)이라 부른단다. 일반적으로  슉은 노천 시장을 말하는데 

안쪽에는 이렇게 지붕을 덮어둔 곳도 있어서 더 쾌적한 느낌이 드는구나.

대상을 정하지 않고 지나가다 그냥  사진을 찍었는데 이사진을 보니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있구나.

오른쪽 책상에 앉아있는 아저씨는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키는 지침을 알려주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기부금도 받는 사람인데 한 아저씨는 서명을 하고 있구나.

아저씨의 옷차림을 자세히 보렴. 검은 바지에 하얀 셔츠를 입으시고 머리에는 검은 빵모자를 썼구나.

종교적인 유대인의 전통적인 복장이란다.

검은 빵모자는  키파라고 하는 것인데 모든 유대인 남자들은 기도할 때 머리에 써야 한단다.

하느님을 경외한다는 의미가 들어있는 모자라 생각하면 될 거야.

이 키파를 머리에 항상 쓰는지  아닌지에 따라 그 사람의 종교 생활의 정도를  가늠해 볼 수가 있단다.

옆에 서있는 정통파 유대인 가족을 보고 있니?한여름에도 긴 외투를 입고 있는 아저씨의 가족들을 보렴.

꼬맹이도 남자라서 머리에 키파를 쓰고 있구나. 누나들과 동생, 그리고 엄마와 함께 있는데 여자들은 빵모자가 없지?

이분들은 아주 종교적인 가정임을 옷차림을 통해 알 수 있어.가족도 곧 7명으로 늘어날 것 같다.

엄마의 배가 많이 부르지?종교인들은 이렇게 더운 한 여름에도 몸을 가리는 복장을 하고 있어.

그러나 뒤쪽의 자유로운 복장의 사람들을 보렴. 그들은 종교와 무관하게 살고 있는 현지인들 이란다.

온갖 종류의 달콤한 초콜릿 가게로구나.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골라보렴.

지우는 키만 크고 먹어도 살도 안 찌니 많이 먹어도 될 것 같은데 어떠니?

왕창 세일이라고 적혀있는데 골라보려무나.

요즘 이곳 장터는 이 달달한 터어키식 후식이 대세란다.

크나페 (또는 쿠나페 Kunafeh)라 부르는 치즈와 견과류를 사용하여 케이크처럼 만들고 그위에 

설탕 시럽을 뿌린 것으로 아주아주 달지만 뜨거울 때 먹으면 아주 맛있어.

고모는 엄청 좋아하는 후식이야.  지우는 어떨지 모르지만 일단 추천한다.

큰 쟁반에 벌써 반 이상이 팔렸구나. 이 집 맛집인가 보다.

내일이 안식일이라 오늘은 종교인들이  시장에 더 많이 나온 것 같다.

종교인들은 주로 남자들이 장을 보러 오는데 오늘은 여자들도 많은 걸 보니

금요일을 하루 앞둔 날이라  시간 여유가 있는 것 같구나.

여자들은 금요일에 미리 안식일 음식을 준비하고 안식일을 위한 집안 청소를 해야 해서 몹시 바쁘단다.

웬 꽃이냐고?  어느 수도원 돌담 아래 예쁘게 피어난 정열의 꽃이라 너를 위해 준비한 선물.

나는 우리 지우도 이렇게 예쁘게 커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꽃을 바친다. 

남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묵묵히 아름답게 자기 몫을 다 해내는 이 꽃처럼.

요즈음은 어떤 책을 읽고 있는지 궁금하다. 

지우와 같은 나이 였을때 고모는 "안네 프랑크의 일기"를 읽고 무척 감동을 받았단다.

나치의 박해가 심해지던 그 시절에  숨어 지내던 한 소녀의 성장일기를 읽으며 공감도 하고 

안타까움으로 눈물이 났던 책이었어.

그때 이후로 일기를 쓰기 시작했던 것 같아.

오늘 내가 너에게 축하 편지를 쓰듯  그 시절의 고모는 세상에 없는 안네에게 편지를 썼단다.

요즘처럼 코로나 때문에 꼼짝할 수 없는 시간은 어쩌면 13살의 안네가 숨어있던 

그 시절을 생각나게도 하는구나. 

16살에 세상을 떠난 소녀의 일기. 혹시 아직 읽지 않았다면 방학을 이용해 읽어보면 어떨까?

"페스트 "라는 책도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며 읽어보면 좋을듯하다.

지우야!!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보내고 있을 너에게 맘껏 에너지를 발산할 수 없는 시대라 조금 안타깝기는 하다.

혹시 일기는 쓰고 있니? 안네가 키티라는 일기장에 비밀을 얘기했듯이 너도 그런  공간이 있어 너만의 

마음의 비밀을 공유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 아빠, 오빠와 공유할 수 없는 너만의 방.

이미 가지고 있을 수도 있으리라 생각되지만 아니라면 오늘부터라도 실천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그리고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우리 함께 암스테르담에 가자. 안네가 숨어있던 집을 보러 가자꾸나.

2021년 7월 31일에 생일 축하로 보내는 초대장이야. 

꼭 사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

요즘 여름과일이 장에 잔뜩 나와 있구나. 복숭아, 체리. 리치, 망고, 포도, 서양배, 무화과 까지.

어떤 걸 좋아하니?

이제와 생각하니 어떤 과일을 좋아하는지도 고모는 모르고 있네. 수박을 좋아했나?

요즘 수박은 엄청 달고 맛있어. 바나나를 좋아했던가?

여름에 태어났으니 여름과일을 좋아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지우야!!!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좋아하는 건 기억이 나는구나.

지금도 여전히 좋아하니? 이 가게에서는 벤앤 제리 아이스크림이 있네.

그거라도 하나 사 먹을까?

아니면 아랍식 후식 바클라바(Baklava )를 사 먹을까?

이것 역시 견과류가 들어간 달달한 과자 종류의 후식인데 터어키 시대부터 이곳에 자리 잡은 전통이란다.

4백 년 오토만 터키의 통치는 중동 문화에 뿌리 깊게 들어와 있단다. 

음식에서부터 후식에 이르기 까지. 

지금부터  보는 사진들은 같은 장소에서 두 달 전에 찍은 것이란다.

장터에 많은 사람들을 보니 기분이 어떠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도 없이 돌아다니는 걸 보며 고모는 조금 불안했었단다.

자유로운 분위기에 마스크도 없이 한 장소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보니 

불안해서 고모는 혼자서 마스크를 쓰고 다녔단다.

역시 견과류가 많지? 그래서 후식에도 견과류가 풍성하게 들어가는 것 같다.

이 장미꽃은 엄마께 드리면 좋겠구나. 

지우를 낳아주셔서 감사하고 또 이렇게 예쁘게 키워 주셔서 감사하다고.

작년에 고모가 쓴 편지 기억나니?

중2가 되어도 엄마하고 가장 좋은 친구로 남아있기로 부탁했던 것?

잘 지키고 있겠지? 네 생일을 맞아 엄마께 다시 한번 더  감사하다고 전해주길 바란다.

 

 

 

무질서로 자유롭던 이곳 상황도 두 달 후에는  변종 바이러스의 감염 추세가 늘어나

다시 실내 마스크 착용으로 정책이 바뀌었단다.

이런 상황을 살펴보면 항상 건강수칙은 스스로 지키고  방역당국의 지침은 꼭 따라야 한다는 생각이야.

지우야!!  시장 구경이 재미있었기를 바란다. 

공부하다  짜증 나는 어느 날 , 또는  무료하게 느껴지는 어느 날 이 편지를 읽어보렴.

그리고 사람들을 관찰해봐. 얼마나 많은 다양한 사람들이 이 작은 땅에 살고 있는지.

아직도 이곳 문화에 대해 알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너무 많지만 오늘은 일단 여기까지.

다음 기회에 또 다른 편지로 만나도록 하자꾸나.

금년에는 가능할 줄 알았는데
이번 생일도 편지만 부치는 상황이
되었구나.
함께 모여 지우 좋아하는 음식도 먹고
코로나 시대를 어떻게 슬기롭게
보내고 있는지 얘기도 듣고 싶은데
고모는 여전히 먼 곳에서 생각만 하고 있네.
신나는 중학교 생활을 제대로 못해
안타까운 마음인데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바쁜 시간을
코로나 시대에도 보내고 있는지.
방학은 했는지 알고 싶네.

여긴 6월 말부터 방학이라 고모는 감각이 좀 없단다.

많이 보고 싶구나.

가까운 날 만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은 여기서 안녕 ,

사랑으로 고모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