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쓰는 편지

생신 축하 드립니다.

광야의 들꽃 2021. 8. 29. 01:45

음력 7월 21일 오늘은  엄마 생신일 입니다.

생신을 축하드립니다. 

금년에도  이 좋은 날  함께하지 못하고 말았네요.

다행히도 막내네가 맛 좋은 음식을 준비해 찾아뵙는다 하니 마음이 놓입니다.

요즘 같은 코로나 전성시대에 어디서 편히 앉아 식사하기도 불편한데 

더 잘 되었습니다. 

4개의 열린 창을  통해 바라보는 세상입니다.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의 카이트 베이 요새에서 찍은 것인데 창의 크기와 방향에 따라

보이는 풍경도  느낌도 모두 다릅니다.

문득 우리들의 삶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열린 창 하나 하나에서  우리들의 모습을 찾아보세요.

15세기에 지어진  방어 요새에서  바라보는 새롭게 발전하고 있는 신도시 알렉산드리아입니다.

30년이 지나 다시 방문해보니 많은 것이 달라져서 아름다운 기억이 있던 장소들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좋은 추억으로 머물렀던 숙소도 좋은 사람들이 살던 동네도 )

관광지의 유적들은 그대로이지만  주변의 환경은 참 많이 변해 있었습니다.

오늘은 전에 구경하지 못했던 장소들을 보여드리려 합니다.

성지순례단과 함께 카이로에서 피라미드도 보고 구경도 잘하고 편안히 쉬시기도 하셨다고 하셨지요?

기쁨에 넘쳐 말씀하셨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30년이 되어갑니다.

그때 구경하지 못했던 장소들을 오늘은  보여 드릴려고 합니다.

룩소르 지역은 도시 전체가 박물관이라 부를 수 있는 곳입니다.

동쪽에는 룩소 신전 , 카르낙 신전등의 거대한 규모의 신전이 있다면 서쪽에는

죽은 자 들의 안식처인 무덤과  장례신전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집트인들은 태양이 지하세계로 여행을 떠나는 서쪽을 죽음의 대지로 여긴다 합니다.

이집트 제18 왕조의 파라오 아멘 호텝 3세가 테베에 건축한 장례신전의 정문을 지키던 2개의 석상입니다. 

석상중 하나는 거대한 바위를 조각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여러 개의 바위를 쌓아가며 조각한 것입니다.

신전은 범람이 잦은 평지에 가까이 세워져 모두 파괴되고 거대한 두 개의 석상만 남아 있습니다.(두산백과 )

바람이 불면 거상에서 소리가 나는데 그리스 신화의 멤논의 노랫소리와 비슷해서

멤논의 거상이란 이름이 생겨 났다고 합니다.

해가 뜰 때 이상한 울음소리를 내는 것을 들은 그리스의 시인이 새벽의 통치자라 불리던 멤논과 

닮았다 하여 이름을 붙여주었다 합니다.

지진으로 인하여 석상에 균열이 가고 그 사이를 햇빛에 의해 데워진 바람이 통과하며 만들어낸 소리라 합니다.

하드리아누스  황제는 제위기간(로마제국의 제14대 왕 117년 -138년 )에 이 소리를 들으려 아침 일찍 

부인과 함께 이곳을 찾았다는 기록이 있다고 합니다.

기원후 130년경의 낙서들을 지금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0년 경 셉티무스 세베루스 황제 재위기(로마 제국의 제20대  황제 193년 -211년 )에 거상을 보수한 이후로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합니다.

새벽 일찍 찾으니 소리는 들리지 않아도 열기구를 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멤논의 거상 낮풍경, 높이가 20미터에 달하니 사람들이 장난감 처럼 보인다.

관광객과 현지인을 위한 화장실 건물이 특별해 보입니다.

급한 사람들을 위한 편의 제공 시설인 듯합니다.

하트셉수트 (이집트 최초의  여자 파라오 B.C.1503-1482 재위) 신전도 30년 만에 방문하니 변화가 있습니다.

입구에서 신전 가까이 까지 이동하는 작은 기차가 있었습니다.

관광객을 배려하기도 하고 인원을 통제하는데도 도움이 될 듯합니다.

30년 전에는 7월의 무더위에 걷느라 무척 힘들었는데 이번에는 12월이니 날씨는 좋습니다.

20년간 마음껏 권력을 휘두르다 갑작스럽게 죽은 이 여왕은 신전 제례를 관장하는 제사장이었고 

신권과 왕권 , 군사권까지 장악한 여성 파라오였다고 합니다.

이 신전은 데이르 엘 바하리의 절벽을 뒤로하고 언덕 위에 만들어진

주랑을 갖춘 복잡한 구조의 신전인데 아버지 투트모스 1세를 기리기 위해  건축하였고 스스로 제사장이 되었다 합니다.

의붓아들인 투트모스 3세의 섭정으로 있었으나 성인이 되기 전 강제로 왕권을 빼앗고

본인의 영원한 이름을 남기려고 아낌없이 돈을 들여 이 신전을 건립했다 합니다.

남자 옷을 입고 의식 때는 수염도 달았다고 하는 대단한 여왕이라 합니다. 

뒤를 이어 즉위한 투드 모스는 복수심에 불타 그녀의 기념물들을 파괴하고 말았다 하네요.

현관 주위에 여왕의 업적이 새겨져 있습니다.

예전에도 지금도 하트셉수트 여왕의 신전은 여전히 놀랍기만 합니다.

예전에도 룩소는 정감 있는 시골 마을이었고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을 만난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도 운영되고 있는 옛 교통수단들이  신기해서  알려드립니다. 

여전히 관광객은 마차로 이동을 하고 조금 나은 경우는 삼륜차를 이용합니다.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이곳 풍경을 얘기해 드린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나일강 크루즈 선박으로 룩소에서 아스완까지 부모님과 함께하면 참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편지를 쓰게 되었습니다.

전에 막내에게 쓴 편지에서도  추천을 했지만  우리 가족이 함께 이 여행을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나일강에서 해가 뜨고 지는 것을 보시면서 힘이 드시면  배안에서 머물며 갑판에 올라 수영도 즐기고 휴식도 하고

하루를 보내셔도 좋을 것 같아서 보여드립니다.

이젠 코로나 시대이고  엄마는  비행기 타시는 것도 힘드시다 하시니 안타깝기 짝이 없네요.

오늘 아침 생신을 맞으시는 엄마와 함께 할 수 없음이 안타까워 추억의 여행지 이야기를 들려드렸는데 

어떠신지요? 가까운 날 만나 뵙게 되면 여건이 허락하는 대로 함께 어디로든 움직여 보기로 해요.

그때까지 건강 지키시고 잘 견뎌내시기를 기도합니다. 

엄마 생신을 축하드립니다.

할머니는 세상을 떠나신 지 오래되었으니 오늘은 혈육이신 외숙부님과 통화라도 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꽃을 찾다 보니 노란색 꽃들이 눈에 들어옵니다.오늘은 엄마의 시조시 들국화로 아쉬운 마음을 대신합니다.

들국화 

거친 들 지켜 살며 시린 바람 먹고사는 , 하늘 바라 고개 젓는 애절한 너를보다 

그윽한 너의 향내에 , 가던 발도 절로멋고 

갈대숲  외진 길가 부신 별 나린 언덕 , 황금빛 한 자락을 새겨다가 멈춘 자리

보랏빛 여민 가슴을 , 수줍어라 떠는 너

그 마음 달래줄 그 어느 나그넨가, 무서리 내린 잎에 여윈 얼굴 찾는 이를 

외꽃대 세운 언덕길 , 눈 맞춤이 아쉬워라

엄마를 생각하면 엉겅퀴가 더 생각납니다. 

막내를 울렸던 그 시조시가 기억나지 않아 천상병 시인의 들국화를 올려드립니다. 

산등성 외따른  데 애기 들국화 ,

바람도 없는데  괜히 몸을 뒤 뉘인다.

가을은 다시 올 테지.

다시 올 까?

나와 네 외로운 마음이

지금처럼 

순하게 겹친 이 순간이 ------

가을이 오면 찾아뵈올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다시 만나 뵙는 날까지 건강 지키시고 어려운 상황 이겨내시기 바랍니다.

그리운 마음을 담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