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짧은 일기 - 헤어지는 연습

광야의 들꽃 2021. 11. 27. 02:02















시간이 빠르게 흘러버렸다 .
달맞이 꽃을 바라보며 한숨 짓던 그날이후.
복잡한 여러단계를 거쳐 부모님 곁에
잠시나마 머무를수 있게 되었다.
한달의 시간동안 참 바쁘게 뛰었다.
코로나 기간동안 갑자기 악화되어 버린
아버지의 정신건강과 어머니의 쇠약해진 몸은
흩어진 자녀들을 불러 모았다.
아버지는 88번째 생신을 맞으셨고
어머니는 오랜만에 94세 되신 오라버니를
찾아 친정 나들이를 하시고
부모님의 자녀들인 우리 4남매는
아버지의 고향 선산에 조상님들을 찾아 뵈었다.
아마도 마지막 가족여행이 되지 않을까 !!!
작별 연습을 했다.
다음에 다시 뵙게 되었을때 아버지는
우리를 기억하지 못할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니
만감이 교차한다 .
우리들의 작별 여행은 떠나가신 분들을
기억하고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네 삶을 서로
위로하는 시간들 이었다 .
가을을 보아도 마음이 시려 느껴 지지 않더니
어머니의 넋두리를 들으니 눈물이 난다.
오늘 밤에는 문득 까마득한 어느 시절로
돌아간듯하다 .
아들의 늦은 귀가에 잠 못이루는 어머니의
모습이 애처럽고 안쓰러운데
아들은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과거의 어느 시간에 어머니도 나도 머물렀다 .
우리가 부모님과 함께했던 작별 여행은
산자와 죽은자를 모두 위로하는 시간이었다.
서대문 순교성지룰 출발 점으로
망월동 묘지에 이르기 까지의 숱한 이야기들.
어릴적 추억으로 남아있는 조부모와
아버지 형제들의 묘지에서
기억의 파편들을 주어 모았다.
가을 낙엽처럼 스러져 가는 부모님의
모습을 언제까지 더 뵙게 될지.
몇장의 풍경 사진이 바쁘게 지내온
지난 시간을 기억나게 한다 .
아들이 돌아오니 어머니가 안심을 한다.
만취한 아들에게 꿀물을 타주며
술취한 아들의 넋두리를 듣던 어머니는
잠든 아들을 뒤로한채 안방으로 향한다.
이제 기도룰 끝내면 어머니는 주무실 것이다 .
오눌 하루는 이렇게 또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