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54

새해(로쉬 하 샤나)에 부치는 편지-짧은일기

새해가 시작되었다. 이곳 유대력으로 일곱 번째 달의 첫날인 오늘은 새해를 맞이하는 날이다. 성경에 따르면 나팔절 이라 불리는 날 이기도 하다. (민수기 23장 "7월 초하룻날 나팔을 불며 쉬라"에서 ) 새해 인사를 할 때는 샤나 토바( 좋은 한 해가 되세요 라는 뜻이다.)라고 인사한다. 보라색 꽃잎에 샤나 토바라 적어 카드를 대신한다. 새롭게 시작되는 새해를 맞이하여 모두들 더 행복해 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달했다. 유대인들은 2022년을 미리 시작하는 것이다. 기원전 3760년을 기원으로 두고 태음 태양력을 사용하는 유대력은 오늘 5782년이 시작된 것이다. 로쉬 하샤나는 한해의 머리라는 뜻으로 새해 첫날을 의미한다. 오늘 새해 첫날을 맞이하여 종교적 으로는 10일후 다가올 속죄일에 대비하여 마음의 준..

나의 이야기 2021.09.07

백신 추가 접종 - 짧은 일기

오랜만에 석양을 마주하고 있다. 예루살렘 근교의 산마을에 올라와 해지는 풍경을 보니 모처럼 평화롭다. 날씨가 많이 덥고 건조한 지역이라 한여름에 산불이 자주 일어나기 때문에 많은 주의가 필요한 곳이다. 열흘 전에도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일어나 예루살렘 주변 마을에 번져 큰 피해가 있었다. 십여채의 집과 6250 에이커의 산과 수목을 태우고 닷새만에 간신히 진압되었다. 2010년에 일어난 갈멜산 화재보다 피해규모가 더 큰 것으로 집계되었으나 다행히도 인명피해는 없었다. 고온 건조한 지역인 이스라엘은 여름에 비가 오지 않아서 자연적인 산불도 자주 일어난다. 특히 주종을 이루는 수목이 소나무라 여름에는 저절로 불 쏘시개가 되는 것 같다. 독립 후 수십 년에 걸쳐 만들어둔 녹지대가 사라져 안타깝지만 녹지 정..

나의 이야기 2021.08.27

주말풍경 아랍마을- 짧은일기

작지만 큰 나라라 불러야 할까? 우리나라 경상남북도의 크기의 땅에 다양한 민족과 다양한 종교가 함께 어울려 살고 있는 복잡한 나라가 있다. 인구 천만(2021년 9백36만 명 추정 , 위키백과)이 채 안되는 나라에 공휴일도 3번(물론 국가가 정한 공식적인 공휴일은 안식일인 토요일이다) , 언어도 4가지(나라에서 사용하는 공식 언어다 유대인의 히브리어, 아랍인의 아랍어, 러시아계 유대인의 러시아어, 그리고 국제어인 영어로 소통한다.) 군소정당도 15개 이상이라 과반수를 차지하는 정당이 없어 연립내각을 구성해야 한다.( 다수당의 당수가 수상이 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 이번에는 국회 의석 6석으로 수상이 탄생되는 이변 현상이 일어났다. 현재 이스라엘 상황이다. 주말인 오늘은 아랍 마을 찾아보기이다. 타이베..

나의 이야기 2021.06.14

주말풍경 하이파 - 짧은일기

한낮의 하이파 항구도시는 주말을 맞이하여 몹시 조용하다. 장터로 가는 길은 무질서하게 주차해둔 차량들과 부서진 벽돌들로 어수선하다. 부두 근처 하역 인부들이 숙소로 사용했던 옛 동네는 새로운 관광지로 떠올랐다. 주말 한낮이라 선술집들은 모두 문을 닫고 밤을 기다리는 듯하다. 하이파는 이스라엘에서 유일하게 안식일에도 대중교통이 운행되고 있는 곳이다. 참고로 이스라엘은 안식일이 (금요일 해지기 몇 분 전에 시작하고 토요일 해가진후 하늘에 별이 세 개 떠오르면 끝난다.-위키피디아) 시작되면 모든 대중교통은 움직이지 않는다. 바하이(19세기 페르시아에서 바하울라가 창시한 종교 -위키 피디아 ) 사원 정문을 차 안에서 찍으니 관광성 마크도 함께 찍혔다. 바하이 교의 가르침은 유일신을 믿는 종교로 모든 인류의 정신..

나의 이야기 2021.06.10

고대항구 도르 산책길 -짧은일기

지중해 해변 카이사리야에서 하이파로 가는 길에 고대 항구 도르가 있다 그리이스인들의 문헌에는 도라라고 알려진 도시. 이집트에서 지중해 해안을 통해 시리아의 다마스쿠스까지 연결된 해변길 (비아 마리스 via maris)에 휴식처가 되던 장소. 오늘날에는 고대 항구의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지만 바다로난 산책길을 걷다 보면 과거의 융성했던 페니키아 인들의 항구를 상상해 볼 수 있다. 국립공원 당국은 새로운 산책로와 바다를 향한 전망대를 조성하여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유모차도 휠체어도 자유롭게 이동이 가능하다. 산책 시작 전에 전망대에 올라 주변의 지형을 살펴본다. 북쪽으로는 갈멜산이 남쪽으로는 가이사리야와 샤론 평야다. 해변길의 중심에 있던 항구임을 짐작 가능케한다. 바..

나의 이야기 2021.05.05

산책길 5 -짧은 일기

오랜만에 다시 나의 산책길에 나서본다. 며칠 만에 나의 산책길은 새로운 꽃동산이 되어있다. 반가운 마음에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본다. 오늘은 하얀색 아네모네가 나를 반긴다. 붉은색이 지천인 다른지역과는 달리 흰색과 보라색의 귀한 꽃이 다른들꽃들 사이에 수줍은 듯 조용히 피어 있었다. 보랏빛 꽃들 사이로 홀로 고고하게 얼굴을 내미는 장밋빛 아네모네 한송이는 장미주일 (사순절의 네 번째 주일, 기쁨 주일이라고 한다 )에 내게온 선물처럼 느껴진다. 모든것을 준비하고 마련해두신 창조주께 감사하며 시 한수 올리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시인이 아니라서 .... 유안진 시인의 "들꽃 언덕에서"는 지금 이 순간의 내 마음이다. 들 꽃 언덕에서 알았다.. 값비싼 화초는 사람이 키우고 값없는 들꽃은 하느님이 키우시는 것을..

나의 이야기 2021.03.18

산책길 4-짧은일기

코로나 시대의 손님을 위한 장소처럼 보인다. 1인용 파라솔과 의자. 선 셋 비치라는 이름을 가진 식당 , 코로나 전면 봉쇄가 해제되자 서서히 다시 개점 준비를 하고 있었다. 보수 중인 선셋 비치 식당 전경 , 신발을 벗고 물속에 들어가 걸어보니 아직 차갑지만 정신이 맑아져서 좋다. 봄날의 청명한 하늘이 지중해의 빛깔을 말해준다. 야포(Jaffa 항구 )의 모습이 멀지만 가까이서 보인다. 야포항 ( Jaffa 항구 ) 뒤쪽으로 텔아비브 해변을 따라 신 시가지가 보인다. 오른쪽에 가장 우뚝 솟은 건물은 야포의 성 베드로 수도원 성당의 종탑이다. 요즈음은 이슬람 여인들이 산책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오늘은 동네 산책길 대신 바닷가 산책로를 걷기로한다. 일요일에 밖에 나오는 사람들은 퇴직자 아니면 그리스도 교인..

나의 이야기 2021.03.01

산책길 3-짧은 일기

비 소식이 있어 미리 길을 나서니 사람들이 없다. 여유 부리며 산책 길 동네 담장의 예쁜 꽃들과 야생화들을 초대해 본다. 며칠째 일기예보는 화요일부터 비 소식을 알려왔다. 비가 내리기 전에 서둘러 산책길에 나서본다. 오늘은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다른 꽃들이 나를 봐달라고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쁜 꽃들을 본다. 돌아오는 산책길에 만난 귀하디 귀한 보라색 아네모네. 사순절의 시작을 알려주는 듯. 회개와 속죄를 나타내는 색, 큰 의미로 다가온다. 오늘은 김용택 시인의 시 한 구절이 어울리는 날이다. "오! 봄이여! 꽃구경 가다가 날 저물어 길 잃고 나는 너를 얻었네." 중에서 한송이 보랏빛 아네모네는, 돌아오는 산책길에 발에 밟히듯 , 나에게로 와서 의미가 되었다.

나의 이야기 2021.02.17

꽃구경 2-짧은일기

꽃구경하던 날. 예쁜 꽃들을 보며 오랜만에 참 좋았다. 맑은 하늘과 푸른 들판 오솔길 사이로 꽃들이 희망을 주었다. 40일 만의 외출. 성경적으로 40일은 어떤 일을 위한 꼭 필요한 만큼의 인내의 시간이다. 이토록 아름다운 봄소식을 위해 집콕 생활 40일이 필요했을까!! "그 꽃"이라는 시가 있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고은 선생의 시다. 꽃을 바라는 마음으로 시간을 견디고 있었던 모양이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을 보기 위해. 꽃구경을 하다 보니 가장 아름다운 꽃은 역시 아기 사람. 지칠 줄 모르고 달려 나가는 생동하는 꽃. 두 살 밖이 우리 손자 우주. 우주가 가장 아름다운 꽃이다.

나의 이야기 2021.02.14

꽃 구경-짧은 일기

날씨가 좋아 꽃구경을 나섰다. 40일 만에 일상 탈출이다. 유난히 참을성이 없는 이곳 사람들. 봉쇄가 풀리자 모두들 야외로 소풍을 나선 모양이다. 평일임에도 주차장엔 자동차로 가득하다. 아직 학교와 유치원이 열리지 않아 모두들 야외로 소풍을 나온듯하다. 아이들과 할머니 할아버지가. 꼬맹이들과 엄마 아빠가. 초록빛 들판을 보니 이젠 완전한 봄이다. 시클라멘(히브리말 - 라케페트 ) 언덕에 올라서니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시클라멘 사이로 새빨간 아네모네(히브리어- 칼라니트)가 조화를 이룬다. 이쯤 되면 광야엔 들꽃으로 수를 놓은 양탄자가 되어 있을 듯하다. 다음 주에는 광야로 나가 봐야지.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 생각난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

나의 이야기 2021.02.11